자동차뉴스
l201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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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우(35)씨는 올해 초 800만원짜리 외제차 매물이 있다는 온라인 광고를 보고 인천의 한 중고차 매장을 찾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영업사원이 보여준 외제차는 상태가 너무 나빠 800만원을 주고 살 가치가 없어 보였다. 오 씨가 차를 사지 않겠다고 말하자 영업사원은 다른 매물을 보여줬지만 가격이 수천만원에 달해 구입할 수 없었다. 오씨가 그만 돌아가겠다고 말하자 갑자기 거구의 남성 3명이 다가와 오씨를 차량에 태워 20분 넘게 돌아다니며 "차를 봤으면 사야지 왜 그냥 가느냐"며 위협했다. 결국 오 씨는 수수료 명목으로 40만원을 내고서야 매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중고차 소비자 피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던 매매사원의 비(非)전문성 문제가 해소될 전망이다. 정부가 중고차 매매사원 자격제도를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누구나 중고차 매매를 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자격시험을 봐야 하고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매매사원이 책임도 져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중고차 매매사원 자격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중고차 매매업 선진화 방안’을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에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국토부가 작년부터 중고차 소비자 불만사항과 매매업계 건의사항을 취합해 중고차 매매 개선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중고차 시장 규모는 연 5~6조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매년 1만건 이상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피해는 주로 중고차 성능과 상태가 매매업자가 고지한 것과 다른 경우가 많았고 허위·미끼매물에 따른 피해도 늘어나는 추세다.
◆ 중고차 아무나 못 판다…매매사원 자격제도 도입
정부는 소비자 피해의 원인 중 하나가 중고차 딜러의 비(非)전문성과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 부재라고 판단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 중고차 매매사업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전문성을 검증할 장치도 없고, 위법 행위를 해도 자격을 박탈할 근거가 없다. 중고차 매매업체가 영업사원을 고용하면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서 매매사원증을 발급해주는데, 해당 업체가 문을 닫아도 회수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등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중고차 매매를 하려면, 정부가 지정한 전문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뒤 자격시험에 응시해 합격해야 한다. 자동차매매사업조합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사람이 자동차관리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사실증명을 받고 매매사원증을 발급해야 한다.
자동차관리법을 위반한 경력이 있으면 매매사원증 발급이 제한된다. 만약 매매사원증을 받았더라도 자동차관리법을 3번 이상 위반하면 매매 업무 자격이 박탈된다. 사원증 유효기간은 2년이고 그 이후 교육을 받아야 갱신이 된다.
현재 매매사원증을 가진 사람도 발급일로부터 1년이 지났다면 정부 지정기관에서 전문교육을 받아야 갱신을 받을 수 있다.
판매한 중고차에서 결함이 발생하면 영업사원도 소비자 피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현재는 중고차 영업사원이 허위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가 피해를 봤더라도, 법적 처벌은 매매업체만 받는다. 국토부는 매매업체들이 영업사원을 고용할 때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 중고차 실거래가, 자동차 등록증에 기입해야
중고차 거래 때 자동차등록증에 실거래가를 의무적으로 기입하는 것도 도입된다. 중고차 시장에 탈세를 위한 다운계약서 작성이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다운계약서는 중고차 매매 당사자가 실거래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판매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세금을 덜내기 위해 이뤄진다.
일부 딜러들은 소비자가 차량 등록 대행을 맡기면 정식 계약서를 작성한 것처럼 하고, 취득세 납부 때 시가 표준액에 맞춰 신고해 취득세 차액을 챙기는 수법을 써왔다.
국토부는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등과 협의해 중고차 이전등록 때 실거래가나 자동차 가격조사·산정자의 평가금액을 자동차 등록원부에 표기하도록 의무화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 안에 법 제·개정을 마무리하고 내년 이후 시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